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법 | <즉흥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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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법 | <즉흥연기>

인생이란게, 예기치 못한 사건과 자극으로 가득한 '즉흥극'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각본 없는 이 무대에서 키스 존스톤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예측 불가능한 순간'을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스톤은 1950~60년대 영국 왕립극단에서 플레이리더로 활동하며 배우들의 즉흥 연기를 지도했다. 그는 기존 연극 교육이 창의성을 억압한다고 비판하며, ‘즉흥(improvisation)’을 통해 배우들이 자발성과 상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훈련법을 개발했다. 이 접근은 단순한 연기 기술을 넘어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창의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방법론으로 발전했다.

현대인은 점점 더 똑똑해졌지만, 동시에 점점 더 안전한 사람으로 길들여지고 있다.

실수하지 않는 법, 남 눈치 보는 법은 배웠지만, 나의 생각을 말하는 법은 잊어버렸다. 엉뚱한 상상은 더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떠오른 기발한 생각은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자신이 먼저 검열한 뒤 폐기해버린다. “유치해 보이지 않을까”,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현실성이 있나?” 그렇게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생각을 하는 대신, 이미 사회적으로 검증된 생각을 찾아서 말하기를 반복한다.

사회는 창의성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예측 가능한 사람을 더 좋아한다.

학교에서는 정답을 빠르게 맞히는 사람이 좋은 학생이 되고, 회사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사람들은 점점 더 타인의 기대에 맞춰 자신을 편집하기 시작한다. 개인의 특성, 즉 개성을 죽이고 ‘사회 친화적인 버전’을 패치하는 셈이다. 그러나 지나친 자기검열은 인간을 단정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살아 있게 만들지는 못한다.

원래 창의성은 약간의 무질서에서 시작된다.

뜬금없는 연결, 비효율, 쓸모없어 보이는 상상, 비합리적인 질문들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아이들이 엉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아직 머릿속에 검열관이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자신의 생각보다 사회의 반응을 먼저 의식한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죽는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어쩌면 현대인은 정보가 부족해서 창의성을 잃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시선과 기준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상상할 용기를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잠시 바보 같아질 자유다. 엉뚱한 생각을 입 밖으로 말할 수 있는 용기, 순수한 호기심을 지켜내는 태도. 창의성은 자기 안의 검열 필터를 꺼두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1.

필자는 우리들, 또한 배우들 모두에게 자유롭게 표현하는 능력이 크게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자신의 존재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배우가 드물고, 연기하는 것을 세상과 관계 맺는 것이라고 여기는 배우도 많지 않다. 배우가 없는 연극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나라는 존재"가 없는 곳에 "세상"이 있을 리 없다. p.7

자랑스러우면 드러내고 싶은게 인간의 본성이다.

무언가 꽁꽁 감추고 있다는 건 자랑스럽지 않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자신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말자. 내가 드러내길 꺼려하는게 뭘까. 그리고 꺼려하는 이유가 뭘까. 먼저 스스로 자랑스러워 할 것 !

What am I afraid of?


2.

스털링은 예술이란 아이들 "안"에 있는 것이며 어른이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는, 교사는 아이들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시범을 보여 주어서도 안 되며 "이것은 옳다, 저것은 나쁘다" 등등 가치 판단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믿었다. (...) 스털링의 태도는 학생은 결코 실패하는 법이 없다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 학생이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경험하게 하느냐가 교사의 재능인 것이다. p.27

교사의 역할은 학생의 재능을 알아보고, 꽃피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재능을 알아보려면 아이들 안에 무엇이 있는지 끊임 없이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해야 한다. 아이들을 덜 성숙한 존재로 대하지 말자. 우월감을 가지고 가르치려 들려고 하지도 말자. 상하 일방의 관계가 되어버리는 순간 아이들의 창의력은 시들기 시작할 것이다.


3.

대부분의 사람은 사춘기 때 자기 재능을 잃어 버린다. 나는 20대 초반이었다. 나는 차츰 어린이가 미성숙한 어른이 아니라 어른이 발육 불능 어린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자들한테 이런 생각을 말하면 그들은 화를 냈다. p.38

어린이는 ‘미완성’이 아니라 ‘가능성’의 집합체다.

아이를 “아직 덜 완성된 존재”로 보는 대신, 이미 감정·호기심·창의성 같은 핵심은 다 갖춘 상태라고 봐야 한다. 성장이 멈추고 재능까지 잃어 버린 나이만 먹은 어른이 대부분이긴 하다.


4.

(점진적 민감성 완화) 월프는 자신의 공포증 환자들을 느긋하게 만들어 주고 나서 그들이 무서워하는 대상을 아주 희미한 형태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새를 무서워한다면 머릿속에 새를 한 마리 상상하라고 한다. 다만 그 새는 멀리 호주에 산다. 그 이미지가 떠올라도 환자는 느긋했고 그 느긋한 상태는 깨지지 않았다. (...) 떠올린 이미지가 공포증의 중심부로 서서히 접근하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불안 상태가 금세 흩어져 없어졌다. 월프는 환자에게 느긋한 상태가 되는 법을 가르쳤으나 다른 심리학자들은 수면 마취제를 써서 긴장완화 상태를 조장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편안한 상태가 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근육 이완 약제는 고문 방법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p.49

정신적인 회복에는 결국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바닥에서도 다시 올라오겠다는 의지. 지금의 상황은 지나갈 것이고, 나에게는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힘이 있다는 믿음 말이다.

개인적으로 약물치료는 최후의 방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도움일 수 있다. 하지만 “약 덕분에 괜찮아졌다”는 감각만 남게 되면, 사람은 다시 무너질 때마다 자기 자신보다 약을 먼저 찾게 된다. 회복의 주도권이 스스로에게서 바깥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 관점의 변화로 버텨내고 돌파해낸 경험은 강력한 자산이 된다. “한 번 이겨낸 적 있다”는 기억은, 인생이 다시 시궁창으로 빠지더라도 결국 빠져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된다. 그리고 그 확신은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용기가 된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질긴 존재다. 때로는 약 한 알보다, 스스로를 다시 붙들게 만드는 문장 하나 가지고 다니는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5.

내가 학생에게 "낱말을 하나 말해 봐요"하고 말하면 그 학생은 필시 나를 빤히 바라볼 것이다. 그는 자신의 답이 "정답"이 될 어떤 맥락을 원한다. 그는 자기 답이 자신에게 신뢰를 가져다 주기를 원하며, 대답이란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 "어... 고양이, 개, 쥐, 덫, 깜깜한 다락방..." 그는 말꼬리를 흐린다. 이목록이 자신에 관한 무언가를 노출 시키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방어벽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즉흥적으로 행동하거나 말하게 되면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훈련시켜온 자아와 반대되는 진짜 자아를 드러내게 되어 있다. (...) 학생들이 머뭇거리는 것은 아이디어나 발상이 떠오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초대 없이 도착한 부적절한 무언가를 은폐하기 위해서이다. p.230-231, 232

우리가 받아온 주입식 교육에는 항상 정답이 있었다. 그 정답이 아니면 모두 틀린 답이었다. 그 정답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학창시절 내내 했다. 그렇게 자라온 아이는 사회에서도 정답을 찾는다. 하지만 세상은 그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채점을 해주지 않는다. 정답이 없다고 보는게 맞겠다.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내 안에 만들어 놓은 필터링을 걷어 내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자기검열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필터는 내 안의 진짜 '나'를 질식시킨다. 창의력이란 새로운 것을 더하는 능력이 아니라, 나를 억누르던 것들을 벗겨내는 과정에 더 가깝다.


연기에 대한 책이지만 아이들 교육과 창의성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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