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차 - 인풋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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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차 - 인풋 과잉

볼 게 너무 많다.

보고 싶은 글, 영상, 칼럼, 책, 영화가 드글드글하다. 이미 내가 남은 수명에서 분배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초월한 것 같다. 정말 쏟아진다. 앞으로는 더 심해지겠지. AI가 내가 평생 읽어도 다 못 읽을 글을 매초 만들어내고 있으니까.

단순히 콘텐츠에 시간을 많이 뺏기고 있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만큼 뭔가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착각이 문제인 것 같아. 뭔가 알 것 같거든 머릿속으로는. 알 것 같은 느낌으로만 사는거야. '아는척'하기 좋은 상태.

확실히 좋은 글에서 영감을 받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있긴해. 확실히 얻는게 있고 배우는 것도 많아. 근데 실체가 없잖아.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그러니까, 대가리에 든거는 많아졌는데 정작 현실에서 만들어낸 건 없다고.

오히려 아는게 많아지니까 뭘 ‘시작’하기가 어렵네. 계산기가 너무 좋아졌거든. 내가 직접 해보지 않아도 실패할게 바로 보이는데? 굳이? 뭘 해보기도 전에 안 되는 이유부터 바로 계산이 나오는데. 바보야? 예전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덤볐을 일도 이제는 너무 많이 알아서 망설이게 되더라고.

'나중에 해야지', '어차피 안될거야', '그 때 했으면 어땠을까'. 그냥 한번 해보면 깔끔할 것을 머릿속에 가능성만 쌓이고 있다. 가능성 그거 마약이다. 세상의 해상도는 좋아졌는데 그 세상에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봐. 그 간극만큼 괴롭더라고. 그 무기력감 더이상 겪고 싶지 않다.

이제는 더 많이 아는 것보다 아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데 시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 읽는 시간을 줄이고 써야지. 보는 시간을 줄이고 만들어내야지. 완벽하게 이해한 다음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단 시작하고 부딪히면서 배워야겠다.

남의 가능성을 구경하느라 내 가능성을 실현하지 못하는거.

이제는 그만해야겠다.

쿄쿄쿄